브리즈번 시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잠시 도시를 내려다보며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마운트 쿠사(Mt Coot-tha)**다.
브리즈번을 여행하면서 시티와 사우스뱅크, 웨스트엔드와 제임스 스트리트처럼 도시의 매력을 찾아다녔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브리즈번을 만나보기로 했다.
딸과 함께 차를 타고 마운트 쿠사 정상으로 올라갔다. 산을 오르는 동안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브리즈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상에 도착했다.

브리즈번 시티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마운트 쿠사
산 정상에 올라 바라본 브리즈번은 평소 거리에서 보던 모습과는 또 달랐다.
멀리까지 펼쳐진 도시의 모습과 초록으로 둘러싸인 산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브리즈번이 생각보다 훨씬 아름답고 여유로운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 주변을 이리저리 걸으며 시원한 공기를 마시니 가슴까지 상쾌해지는 기분이었다.
산 정상에서 딸과 함께 마신 커피 한 잔
정상에는 분위기 좋은 바가 하나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낮이라 딸과 함께 커피를 주문했다.
탁 트인 곳에 앉아 브리즈번 시티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특별한 커피가 아니었는데도 그날은 유난히 맛있었다.
아마도 좋은 풍경 때문이었을 것이고, 상쾌한 산 공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딸과 함께 앉아 아무것도 서두르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며 바라보던 그 시간이 좋았던 것 같다.
여행에서 이런 순간이 참 좋다.
꼭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좋은 사람과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 된다.
산에서 내려와 만난 브리즈번 보타닉 가든
마운트 쿠사 정상에서 산책을 조금 즐긴 뒤 다시 차를 타고 내려왔다.
그런데 얼마 내려가지 않아 또 하나의 멋진 장소를 만났다.
바로 **브리즈번 보타닉 가든(Mt Coot-tha Botanic Gardens)**이다.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생각보다 규모가 너무 커서 놀랐다.
'여기를 하루에 다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넓었고, 여러 갈래의 길과 정원들이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입장료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넓은 정원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니, 브리즈번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선물이 아닐까 싶었다.

입구에서부터 카메라를 꺼내게 만든 꽃들
정원에 들어서자마자 예쁜 꽃과 식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원래 꽃과 식물을 좋아해서 이런 곳에 오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한다.
조금만 걸어도 사진을 찍고 싶고, 또 조금 가다 보면 다른 꽃이 눈에 들어온다.
결국 걷는 것보다 사진 찍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것 같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정원에 들어서자마자 아름다운 식물들을 사진에 담느라 바빴다.
햇살 가득한 열대식물원에서 만난 거대한 식물들
보타닉 가든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었는데, 우리는 먼저 열대식물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공간이라 그런지 식물들이 정말 싱싱하고 풍성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식물들의 크기였다.
잎도 크고, 꽃도 크고, 전체적으로 식물 하나하나가 내가 평소 보던 것보다 훨씬 거대하게 느껴졌다.
'와, 정말 크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초록빛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고, 커다란 잎들이 서로 겹쳐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걸을 것 같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Japanese Garden
열대식물원을 둘러본 뒤에는 Japanese Garden으로 향했다.
일본식 정원은 어느 나라에서 만나도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돌과 물, 나무와 정원을 조화롭게 배치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정돈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그런데 나의 발길을 가장 오래 붙잡은 곳은 따로 있었다.
작지만 오랜 시간을 품고 있던 Bonsai
바로 Bonsai 전시장이었다.
작은 화분 안에 들어 있는 나무들이었지만 그 모습은 결코 작아 보이지 않았다.
어떤 나무에는 작은 꽃이 활짝 피어 있었고, 어떤 나무에는 조그마한 열매가 달려 있었다.
또 어떤 나무는 아주 작지만 마치 수십 년,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랜 세월을 살아온 커다란 고목처럼 느껴졌다.
작은 나무 안에 그렇게 긴 시간이 담겨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나무의 모양 하나하나를 바라보다 보니 얼마나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가꾸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집에 가면 Bonsai를 만들어볼까?
Bonsai를 한참 구경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집에 가면 Bonsai 하나 만들어봐야겠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렇게 뜻밖의 영감을 받을 때가 있다.
그곳에서 무언가를 보고 감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에 돌아가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작은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산책로에서 만난 평화로운 일상
Japanese Garden을 나와 다시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모습이 하나 있었다.
한 엄마가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천천히 밀면서 산책하고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모습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장면이 참 좋아 보였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걷는 엄마와 아기.
서두를 필요도 없고 특별한 목적지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곳이 단순히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정원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함께 산책하는 일상의 공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잠시 쉬어가는 장소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식물을 만나고 영감을 얻는 특별한 공간일 것이다.
하루 종일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곳
사실 우리는 보타닉 가든의 모든 곳을 다 둘러보지 못했다.
워낙 넓기도 하고 여러 갈래의 길이 있어서 한 번에 다 구경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다음에 다시 와야 할 이유가 생긴 것 같다.
시간만 조금 더 있었다면 다양한 화초와 나무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면서 하루 종일 이곳에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을 것 같다.
조용히 걷다가 예쁜 꽃을 만나면 사진을 찍고, 마음에 드는 나무 앞에서는 잠시 멈춰 서고,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고.
그렇게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리즈번 가까이에 이런 초록의 공간이 있었다
마운트 쿠사에서 바라본 브리즈번의 모습부터 보타닉 가든의 풍성한 식물들, 그리고 작은 Bonsai가 전해준 뜻밖의 영감까지.
이날은 화려한 관광지를 찾아다닌 여행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하루였다.
딸과 함께 산 정상에서 커피를 마시며 도시를 바라보고, 다시 차를 타고 내려와 아름다운 정원을 천천히 걷고, 꽃과 나무를 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작은 Bonsai 앞에서 새로운 취미까지 생각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브리즈번 시티에서 차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도 참 매력적이었다.
도시를 바라보고 싶을 때는 마운트 쿠사로, 자연 속에서 천천히 걷고 싶을 때는 보타닉 가든으로.
브리즈번을 여행한다면 하루쯤은 조금 느린 걸음으로 이곳들을 만나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어쩌면 나처럼 예쁜 꽃 한 송이에 걸음을 멈추고, 작은 나무 한 그루를 보며 새로운 생각을 품고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니까. 🌿


